1. 말씀묵상
몇 달 전 제가 시무했던 교회에서 100년사 책이 나왔다고 보내주셨습니다. 그런데 100년사 책 두 권이 배달되어 왔습니다. 한 권은 교회에서 보내준 것이고 한 권은 은퇴하신 집사님이 개인적으로 보내주신 책이었습니다. 시무했던 부교역자에게 책을 보내는 것은 이해할만한데 집사님이 왜 개인적으로 책을 보내셨을까 궁금했습니다. 책을 열어보니 집사님이 쓰신 편지가 한 장 나왔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그분이 제가 그 교회에서 새가족을 담당할 때 등록한 분이었습니다. 이미 그 당시에도 연세가 많으셨습니다.
새가족 양육을 잘 받고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셔서 집사님이 되셨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은퇴하시고 은퇴 제직이 되셨습니다. 100년사 책을 발간하면서 담임목사님부터 현재 활동하시는 제직들, 그리고 은퇴 제직들 이름을 적어 두었는데 그 자리에 자신의 이름이 있는 것이 너무 자랑스러워 책을 보낸다고 하셨습니다. 본인의 이름 밑에 줄을 치고 형광펜을 그어서 두셨습니다. 편지 말미에 하늘나라 생명책에 내 이름 석 자가 기록된 것같이 기쁘고 감사하다는 말씀도 적혀 있었습니다. 저는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우리가 이 땅에 발을 딛고 살면서 천국에 소망을 두는 삶이 이렇게 귀하다는 생각도 가지게 되었습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본문에 생전 처음 보는 가문, 생전 처음 보는 이름이 기록되어 있는데 이 이름들 각자 각자의 사연들은 저마다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것입니다.
여기에 기록된 분들은 포로로 잡혀갔다가 70여년이 지난 후에 이스라엘 본토로 귀환한 사람들입니다. 에스라가 이들의 이름을 정리하는데도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입니다. 여기에 기록된 분들은 사명을 가지고 귀환한 영광스러운 이름들입니다.
남유다가 망하고 그들은 바벨론에 포로로 잡혀갔습니다. 바벨론 70년 치하에서 그들은 귀환할 생각도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세상이 바뀌었습니다. 고레스 왕은 포로귀환 명령을 내립니다. 포로귀환의 명분은 성전재건이었습니다. 너희들이 가서 성전을 재건하고 그곳에 가서 살라는 명령이었습니다.
하지만 강제적인 이주는 아니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그 명령을 붙들고 원래 살았던 곳으로 돌아와야 하는데 70여년이 지난 후에 삶의 터전을 박차고 일어나서 돌아온다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닙니다. 이미 그 땅에 가서 두 세대 이상 머물렀기 때문입니다. 나라가 망한 것을 보지 못한 젊은 세대도 많았습니다. 태어나보니 바벨론이었고 그 나라에 말과 글과 문화와 행실을 다 배운 사람들이 완전히 황폐화 된 예루살렘으로 돌아온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우리나라가 일제치하에 있을 때 징용으로 잡혀갔던 사람들이 해방되고 나서도 돌아오기 힘든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일본 본토와 간도, 그리고 만주로도 갔던 사람들이 해방되었지만 돌아오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이미 가정을 이루고 자녀를 낳고 그곳에 생업의 터전을 형성하고 살았는데 해방되었다고 가족들 다 데리고 아무것도 없는 채로 본국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큰 결심을 해야 가능한 일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성전 재건이라는 강력한 명분이 있었지만 그들에게는 현실적인 부분도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다니엘도 1차 포로로 잡혀갔지만 귀환 때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돌아온 사람들의 이름을 에스라가 일일이 밝히고 그 가문을 밝혀서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주는 것은 그들의 결단을 찬양하는 것이고 그들이 예루살렘으로 돌아온 것에 대한 귀중한 훈장을 달아주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이들의 이름을 불러 주는 것은 이미 천국에 계신 이들에게 영광과 기쁨이 될 것입니다.
이 분들의 이름을 부르면서 우리 자신을 돌아보아야 합니다. 우리는 이렇게 명분 있는 자리에 참여하고 있는가? 우리는 현실에 안주하고 핑계만 하고 있지 않는가? 삶의 현실을 내세우며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자리로 나아가지 않는 모습이 하나님 앞에 부끄럽지 않은가? 이 분들의 이름을 보면서 우리 자신을 돌아보아야 합니다.
우리는 핑계거리가 많습니다. 못할 것이 많습니다. 먹고 사는 문제, 자식 문제, 건강 문제 등등 수십 가지 핑계들이 우리 인생에는 꼬리표처럼 따라다닙니다. 하지만 이들처럼 모든 핑계를 뒤로 하고 성전을 재건하라는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떨치고 일어서서 돌아온 자들은 하나님이 귀하게 여기시고 하나님의 생명책에 기록하실 것입니다.
귀환한 자들의 명단 중에 특이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58절, 59절입니다. “모든 느디님 사람과 솔로몬의 신하의 자손이 삼백구십이 명이었더라 델멜라와 델하르사와 그룹과 앗단과 임멜에서 올라온 자가 있으나 그들의 조상의 가문과 선조가 이스라엘에 속하였는지 밝힐 수 없었더라”
에스라가 족보 조사를 다 했는데 그들의 조상들 중에 이스라엘 가문에 속했는지 그렇지 않았는지 뿌리를 밝힐 수 없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이들은 바벨론으로 이주해 갈 때부터 유다 민족이 아닌 사람들이었습니다. 원래 이스라엘 공동체에 섞여 있었던 무리들이었습니다. 그들은 포로가 되어 이주해 갈 때도 함께 갔고 성전 재건을 위한 명분을 받들고 돌아올 때도 함께 돌아왔습니다. 이들은 원뿌리가 유대인이 아니었고 이스라엘 족속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돌아온 이유는 오로지 성전을 세우고자 하는 명분이었습니다.
하나님의 교회 공동체는 역시 이런 분들이 주인공입니다. 원뿌리였던 사람들과 들어온 사람들, 오래된 사람들과 오래되지 못한 사람들이 함께 모여서 하나님 나라의 아름다운 공동체를 이루어 가는 것입니다. 원뿌리이면서 오래된 사람들이 주인 노릇을 하는 공동체는 건강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런 분들이 사명을 가지고 일하는 공동체는 건강한 공동체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교회 공동체를 이루고 살면서 당신은 언제 교회에 등록했느냐 몇 대나 신앙생활 하느냐고 묻는 것은 좋은 태도가 아닙니다. 현재 우리가 하나님의 부르심에 순종하고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 하는 것만 하나님이 달아보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오늘 하루 시작하면서 우리 이름 석 자는 어디에 있는지 다시 한 번 돌아보시기를 바랍니다. 하나님 나라 생명책에 이름이 있고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그 자리에 우리의 이름과 몸이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2. 실천다짐
1) 하나님 나라 생명책에 기록되는 이름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2) 하나님의 마음이 있는 곳에 몸과 열정을 쏟아 붓기를 결단합니다.
3. 한줄기도
사랑의 하나님, 오늘도 살아계시고 선한 손길로 인도하시며 그 이름의 영광을 위하여 일하기 원하시는 하나님의 뜻을 따라 영광된 삶을 살도록 인도하여 주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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