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말씀묵상
어떤 자기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사람이 인생을 정리하면서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그 자체로 대단히 큰 의미가 있습니다. 삼성그룹을 창업했던 고 이병철 회장이 1987년 세상을 떠나기 전에 자신의 인생여정 동안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를 스물네 가지로 정리했습니다. 그 질문을 가톨릭 정희채 신부에게 던져주고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할 수 있겠는가 물어보았습니다. 그 첫 번째 질문이 ‘신의 존재를 어떻게 증명할 수 있는가?’이고 마지막 스물네 번째 질문은 ‘종말이 온다면 언제 오는가?’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인생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사람의 마지막 질문은 결국 삶의 근원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창조주 하나님의 존재에 대한 질문이었고 죽음과 종말, 다음 세상에 대한 질문이었습니다. 질문을 받은 정희채 신부도 이 질문에 대해서 자기 나름에 대답을 해 주었지만 오늘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도 같은 고민을 안고 있다고 여긴 신학자이자 철학자 김용규씨가 ‘백만장자의 마지막 질문’이라는 책에서 이 질문에 대한 나름의 대답을 제시합니다.
고 이병철 회장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대단한 부와 권력, 그리고 지혜를 가졌던 솔로몬 역시 인생의 마지막을 정리하면서 전도서를 기록했습니다. 비교적 젊은 시절에 기록한 책이 아가서이고 인생의 중년에 기록한 책이 잠언이며 인생의 말년을 정리하면서 기록한 책이 전도서입니다. 그러므로 전도서는 솔로몬이 기록한 책 가운데 가장 깊이 있고 신학적이며 하나님에 대해서 깊이 나아가는 책입니다. 이 책은 최고의 권력을 향유한 사람인 동시에 지혜자인 솔로몬이 남긴 지혜문학의 백미라 할 수 있습니다.
1절 말씀을 보십시오. “다윗의 아들 예루살렘 왕 전도자의 말씀이라” 솔로몬은 자신을 이렇게 간단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아버지가 누구였는지, 그가 누린 삶을 사람들이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 간단하게 기록합니다. 아버지는 다윗이었고 사람들이 기억하는 직책은 이스라엘의 왕이었으며 인생의 마지막은 전도자로 살았다고 말합니다.
전도자는 ‘코헬렛’이라는 히브리어를 쓰고 있는데 ‘코헬렛’의 원뜻은 ‘모으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그가 모은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그는 사람들을 모았습니다. 솔로몬은 인생의 마지막이 가까이 오자 사람들을 모아서 자신의 삶을 정리해서 들려주는 것을 즐겨했습니다. 솔로몬이 사람들을 모아서 들려 준 이야기가 전도서이고 그의 말이 글로 기록되어서 오늘 이 시대 우리도 볼 수 있도록 책으로 나와 있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태어나고 죽는 세상에서 솔로몬만큼 권력을 누린 사람도 없었습니다. 엄청난 권력을 누렸고 부귀영화를 향유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왕업의 초창기에는 하나님께 듣는 마음을 달라고 해서 대단한 지혜를 가졌던 사람이었고 그 지혜로 이스라엘의 중흥을 이끌었습니다. 하지만 인생의 중반을 넘어가면서 타락했고 정략결혼을 일삼았고 정략결혼 때문에 이스라엘은 우상 천지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제 삶의 마지막에 이르러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모두가 헛되고 헛되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하나님이 주신 지혜로 내가 도대체 무슨 짓을 했던가? 그 지혜로 흘러가는 바람을 잡으려 했다는 고백을 전도서에서 쏟아내고 있습니다. 전도서의 핵심을 그가 이렇게 말합니다. 2절입니다. “전도자가 이르되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사람들을 불러 놓고 한다는 말이 헛되다는 말입니다. 이 짧은 한 절에 헛되다는 말을 다섯 번이나 거듭해서 하고 있습니다. 헛되다는 말로 ‘헤벨’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는데 헤벨은 전도서 전체를 관통하는 아주 중요한 단어입니다. 헤벨은 원래 ‘의미 없는 것, 무익한 것, 내뱉는 숨, 불어오는 바람’이라는 뜻입니다.
사실 허무하게 들리지 않습니까? 인생을 열심히 살았는데 의미 없고 공허한 텅 빈 것처럼 느껴지고 내뱉는 숨처럼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불어오는 바람과 같이 근원을 모르는 것처럼 여겨진다면 이처럼 더 허무한 것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그런데 헤벨은 허무주의를 조장하는 단어가 아닙니다. 오히려 헤벨은 ‘통제할 수 없는 것’을 말합니다.
바람이 어디에서 불어서 어디로 가는지 사람들의 힘으로는 통제할 수 없습니다. 내 입에서 숨이 나가지만 숨 쉬는 것이 어디로 가고 어떻게 사라지는지 우리는 통제할 수 없습니다. 결국 헛되다는 것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세상을 의미하는 전도자의 고백입니다.
왕은 한 나라를 다스리고 통제하는 사람입니다. 백성들의 삶을 통제하고 권력을 가지고 백성들의 인생을 통제하는 사람입니다. 군사를 통제하지 않습니까? 백성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감시할 수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 통제하려고 했던 모든 시도가 헛되었다고 고백하는 것입니다. 3절을 보겠습니다. “해 아래에서 수고하는 모든 수고가 사람에게 무엇이 유익한가”
그는 모든 것을 통제하는 절대 권력을 가진 왕이었습니다. 우리가 일생동안 수고하는 이유는 통제력을 가지기 위해서입니다. 돈을 열심히 버는 이유는 인생을 마음대로 통제하고 싶어서입니다. 돈만 있으면 일하러 나가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돈이 있으면 그 돈을 쓰면서 인생을 향유하며 누리고 살 수 있습니다. 많은 돈은 인생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권력의 열쇠가 됩니다. 거기에 더해서 세상 권력을 가지게 되면 나를 통제하는 것을 넘어서 타인을 통제할 수 있습니다. 돈과 권력으로 사람을 부리는 것이 바로 세속 권력의 정점에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거기에 길들여지면 사람들은 그 늪에서 헤어 나올 수 없습니다. 조그마한 권력과 물질만 있어도 사람을 통제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이 하나님 보시기에 얼마나 우습고 가소로운 일입니까?
솔로몬은 왕으로 살면서 평생 동안 자신과 타인을 통제할 수 있는 삶을 산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헛되고 헛되었다는 말입니다. 나를 다스리고 통제하는 분은 하나님이신데 내가 세상을 통제하고 하나님을 통제하고 백성들을 통제하고 다스릴 수 있다고 여겼던 것이 헤벨, 즉 바람 같은 것이었다고 고백합니다. 그것은 바람을 통제할 수 있다고 여긴 것처럼 어리석은 생각이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14절 말씀입니다. “내가 해 아래에서 행하는 모든 일을 보았노라 보라 모두 다 헛되어 바람을 잡으려는 것이로다”
‘해 아래에서 수고한 모든 것이 바람을 잡으려고 하는 헛되고 헛된 것이었다.’ 솔로몬은 인생의 말년에 이 사실을 깨달았던 것입니다. 하나님이 그에게 지혜를 주셨지 않습니까? 하지만 이 지혜를 자신만을 위해서 사용했던 솔로몬이 결국 마지막에 자신의 지혜를 하나님께서 원하는 데로 사용하지 못했다는 것을 고백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만약 이것을 일찍이 깨달을 수 있다면 우리는 지혜의 왕 솔로몬보다 훨씬 더 지혜로운 사람입니다.
계속해서 그는 말합니다. 15절입니다. “구부러진 것도 곧게 할 수 없고 모자란 것도 셀 수 없도다” 왕의 무력감을 말합니다. 구부러진 것을 곧게 펴 보려고 했는데 인생이 바람을 통제할 수 없는 것처럼 이것도 할 수 없고 저것도 할 수 없었다고 고백합니다. 최고의 권력을 가진 왕이 할 수 없다면 결국 이 일을 할 수 있는 분은 하나님 한 분이지 않겠습니까?
부디 오늘 우리가 전도자의 고백을 귀담아 듣기 바랍니다. 평생 동안 최고의 권력으로 군림하며 살았던 자의 마지막 말이 다섯 번의 헤벨이라면 우리가 오늘 보잘 것 없는 물질과 권력으로 잘난 척하는 것이 하나님 보시기에 얼마나 우스운 일입니까? 우리는 하나님의 다스림 앞에 살아가는 존재이며 바람을 통제할 수 없는 연약한 존재임을 깨닫고 오늘도 겸허히 주 앞에 무릎 꿇고 엎드리며 나아가야 할 줄로 믿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기도하며 시작하는 이 하루가 복될 줄로 믿습니다. 통제할 수 없는 바람 같은 인생이 주님 앞에 오늘 엎드리고 아버지의 뜻대로 살아가게 해 달라고 기도하고 하나님의 다스림 가운데 순종하며 나아가는 주의 백성 되시기를 바랍니다.
2. 실천다짐
1) 작은 것 하나도 마음대로 통제할 수 없음을 깨닫고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습니다.
2) 무력한 인생을 세우시는 분은 하나님 한 분 이심을 고백합니다.
3. 한줄기도
사랑의 하나님, 어리석고 미련한 인생을 붙잡아 주시고 새롭게 하여 주시기 원하오며 오직 아버지의 지혜로 살아가도록 축복하여 주옵소서.
성경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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